
프랑스의 대표적 천연 광천수 브랜드 ‘에비앙’이 수년간 불법적인 정수 과정을 거쳐 제품을 판매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정부 묵인 의혹, 나아가 국가적 신뢰 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프랑스 유력 언론 르몽드와 라디오 프랑스앵포의 공동 탐사 보도에 따르면, 에비앙은 ‘천연 광천수’로 판매되는 제품의 약 3분의 1을 자외선(UV) 소독과 활성탄 필터 등 불법 정수 과정을 거쳐 시중에 공급해왔다. 유럽연합 지침상 ‘천연 광천수’는 어떠한 인위적 처리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 5월 프랑스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부와 재무부 산하 부정경쟁·사기방지총국(DGCCRF)은 이미 2021년 불법 정수 관행을 확인했지만, 기업 요청을 받아들여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급망 충격을 우려해 규제 완화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네슬레 워터스(Nestlé Waters) 등 다른 글로벌 브랜드도 연루돼 있으며, 일부 기업은 벌금 납부를 통해 문제를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도 상원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상원 의원 알렉상드르 위지예는 이번 사건을 “설명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기업-정부 유착”이라 규정했다.
문제는 수질 관리만이 아니다. 다농(Danone)을 상대로 한 ‘플라스틱 오염 방치’ 및 ‘탄소 중립 허위 광고’ 관련 소송까지 이어지며, 환경 윤리 문제까지 브랜드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다농은 플라스틱 사용량 공개와 감축 정책 강화, 소비자와의 정례 대화 창구 마련 등을 약속했지만 불신은 여전하다.
프랑스 사회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건강과 신뢰를 희생시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식품 안전 문제를 넘어, ‘순수함’을 팔던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들이 이제 스스로의 순수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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