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 대응 제도를 악용한 신종 사기 수법인 ‘통장묶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해자는 금융거래가 전면 차단되는 등 심각한 불이익을 겪고 있으나, 구제는 어려운 실정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한 계좌’라는 허위 신고로 인해, 예고도 없이 계좌 정지를 당한다. 은행으로부터 통보받는 시점에는 이미 비대면 거래는 물론, 신규 계좌 개설조차 금지된 상태다. 문제는 신고자가 입금을 한 뒤 피해자 계좌를 사기 계좌로 신고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는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음에도 범죄자처럼 취급받게 된다.
현재 법률상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 금액과 관계없이 해당 계좌는 즉시 지급정지된다. 제도 자체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것이지만, 허위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계좌를 복구하기 위해선 본인이 결백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은행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하고, 경찰은 “사건 접수가 먼저”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조계에선 현재 제도 운영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가해자가 계좌 정지를 빌미로 협박하거나, 정지를 풀어주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2차 피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사기 이용 계좌의 지급정지 건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그 중 통장묶기 범죄와 관련된 정확한 수치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피해 대응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금융당국과 수사기관, 은행 간 협업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해자가 보이스피싱 피해자인 척 허위 신고를 했는지 여부를 조기에 판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재로서는 피해자가 직접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실질적인 피해 구제는 매우 제한적이다. 금융거래가 사실상 정지된 피해자들은 생활과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으며, 법적 도움을 받기 어려운 점에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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