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자율주행 AI 슈퍼컴퓨터 ‘도조(Dojo)’의 차세대 칩 양산을 위해 기존 TSMC 일변도에서 벗어나 삼성전자와 인텔을 동시에 파트너로 선정하는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이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패키징(후공정) 분야의 경쟁자인 두 기업이 하나의 고객을 위해 기능을 분담하는 이례적 구조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테슬라는 3세대 도조 시스템(도조3)용 칩인 ‘D3’ 생산을 위해 칩 제조는 삼성전자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모듈 패키징은 인텔의 특수 기술을 각각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양사는 테슬라와 구체적인 계약 체결을 위한 논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미 테슬라와 22조7천6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도조3 칩과 AI6 칩 생산에 집중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AI6 칩과 도조3 칩을 동일 아키텍처 기반으로 통합해 자율주행차, 로봇, 서버 등에 맞춰 유연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기술 측면에서도 변화가 크다. 테슬라는 그간 TSMC의 SoW(System-on-Wafer) 기술을 통해 도조 모듈을 초대형 웨이퍼 단위로 구현해 왔으나, 이번에는 인텔의 2.5D 패키징 기술인 EMIB(Embedded Multi-die Interconnect Bridge)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EMIB는 실리콘 인터포저 대신 기판 내에 삽입된 브릿지를 통해 칩 간 연결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면적과 유연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업계는 테슬라가 기술적 효율성과 공급망 다변화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다. TSMC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도조 칩 수요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이 어려운 반면, 고객 확보에 적극적인 삼성전자와 인텔이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향후 삼성전자와 인텔 간의 협력 구도가 공식화될 경우, 반도체 업계는 물론 AI 및 자율주행 기술 산업 전반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공급망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산업 간 경계를 넘나드는 초협력 구조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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