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트럼프 감세법안에 작심 비판…“역겨운 악법”

DOGE 수장 때와 다른 행보…“적자 확대·국민 부담 가중시킬 것”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 중인 감세법안을 “역겨운 악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과거 트럼프 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활동했던 그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현지시간 3일,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를 통해 “이 대규모이자 특혜로 가득 찬 지출 법안은 역겹고,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올린 글에서는 “이 법안은 미국의 연방 재정적자를 2조5000억 달러나 더 늘릴 것이며, 시민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안긴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감세법안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 칭하며 추진 중인 조치로, 개인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자녀 세액공제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미 하원을 통과했으며, 기존 2017년 감세 조치의 주요 조항을 연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에 1억3200만 달러를 후원한 이후, DOGE 수장으로 임명돼 연방 정부 지출 구조조정과 예산 절감 등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그러나 임기 종료 이후 곧바로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특히 임기 종료 직전 방송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온 DOGE의 활동을 이번 법안이 무위로 돌리고 있다”며 “하나의 법안이 크거나 아름다울 수는 있지만, 둘 다는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측은 머스크의 비판에 대해 “명백히 잘못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이 법안은 미국 경제와 가계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훌륭한 조치”라며 “대통령은 감세법안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통적인 지지층으로부터 이탈 조짐을 보이는 머스크의 움직임은 향후 트럼프의 재정 정책과 정치적 입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