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협, ‘입장 조정’ 밝혔지만 구체 내용은 불투명… 진정성 논란 여전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기존 요구안을 조정했다며 새 정부와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작 어떤 내용을 조정했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빠졌다. 이에 따라 ‘진정성 있는 소통’을 내세운 의대협의 발표에도 불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의대협은 30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학생들의 기존 입장을 조정해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며 “향후 실무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대협이 그간 내세운 8대 요구안은 의대 정원 확대 철회, 의료사고 형사처벌 완화, 수련환경 개선 등 민감한 쟁점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 어떤 조항이 조정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정부 측 역시 조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사실상 ‘입장 조정’이라는 표현이 정치적 명분 확보용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실제로 의대협은 이번 입장 발표에서도 기존의 8대 요구안을 다시 언급하며 기존 요구가 철회되었는지는 모호하게 처리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호한 발표가 오히려 갈등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보건정책 전문가는 “명확한 입장 조정 내용 없이 소통을 하겠다는 선언만으로는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그간 의료 공백에 따른 피해가 누적된 만큼,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투명한 설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의대협은 지난해에도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이후 이렇다 할 진전 없이 휴학과 집단행동을 이어왔다. 이번에도 “보건복지부 장차관 인선이 발표됐으니 대화의 장이 빠르게 열리길 기대한다”고 언급했지만, 실질적인 행동 변화나 중재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정은경 장관 후보자를 중심으로 의정 대화를 준비 중이지만, 복귀를 미루는 의대생들과의 대화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병원 내 필수 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 진료에 차질이 이어지고 있어, 더 이상 정치적 수사로 시간을 끌 여유가 없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의대협의 이번 ‘입장 조정’ 발표가 진정한 대화의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시간 끌기 전략으로 끝날지에 대한 국민적 시선은 여전히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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