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사칭 피해에 경찰 “수사 불가”…딥페이크 우려 속 학생들 공론화 나서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신원 미상의 사칭 사건이 학생 사회를 중심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체육대회 이후 재학생을 가장한 인물이 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사진과 영상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개인정보 악용과 딥페이크 범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달 12일 체육대회를 기점으로 본격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들의 설명에 따르면, 사칭범은 재학생의 실명과 얼굴 사진을 도용해 SNS 계정을 만든 뒤, 학년과 반이 다른 여러 학생들에게 접근했다. 명목은 ‘방송부 촬영 영상 확인’, ‘친구 요청’ 등으로 위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실제 방송부 소속 학생의 계정 정보도 유출됐다.

사칭범은 이후 방송부 학생인 것처럼 꾸민 계정까지 만들어 다른 학생들에게 사진과 영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일부 학생들은 이를 의심 없이 제공했으며, 제공된 영상 중에는 준비운동 장면 등 사적 이미지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인지한 학교 측은 즉각 학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단순 사진 요청만으로는 수사 개시가 어렵다”며 사실상 수사 불가 방침을 밝혔다. 실제 피해 예, 예컨대 딥페이크 생성이나 유포 등의 행위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영장 발부나 조사는 어렵다는 것이 현행 법적 해석이다.

이에 학생회와 피해 학생 대표들은 사전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안 공론화에 나섰다. 온라인 서명 운동과 함께 교육청, 경찰서를 대상으로 민원을 접수하고 있으며, “단순 도용이라 보기엔 수법이 조직적이고 반복적”이라며 적극적인 조사 착수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미 국내외에 유통 중인 불법 영상물과 합성 기술은 고도화돼 있으며, 미성년자 대상의 무분별한 정보 수집이 사전 단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역시 “디지털 성범죄는 사후 추적이 매우 어려운 만큼, 명백한 피해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조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건은 기존 법체계가 신종 디지털 위협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내며, 미성년자 보호와 사전 감시 체계 강화의 필요성을 다시금 제기하고 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