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역설…AI 발전 속 빅테크 ‘구조조정 가속’

기술 혁신이 일자리 위협…MS·메타·아마존 등 대규모 감원 잇따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IT 업계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실적과 무관하게 조직 재편에 나서며, 인공지능 기반의 업무 전환이 기존 인력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약 6,000명의 직원을 감원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3년 약 1만 명 감원 이후 최대 규모로, 전체 직원의 약 3%에 해당한다. MS는 “시장 변화에 대응한 조직 효율화”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해고자 중 40% 이상이 개발자이며 AI 스타트업 지원 부서의 핵심 인물까지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메타 역시 올해 초 약 3,600명의 인력을 줄였으며, 마크 저커버그 CEO는 “AI가 내년까지 전체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의 절반을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메타는 수익 호조에도 불구하고 매년 인력 감축을 반복하고 있어, 기술 전환을 통한 구조 최적화가 핵심 전략임을 보여준다.

아마존 또한 디바이스 및 서비스 부문에서 인력을 감축했고, 구글, 세일즈포스 등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고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2025년 들어 미국 IT 업계에서 해고된 인원은 이미 5만 9천 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단기적 조정이 아닌, AI 기술이 주도하는 산업 구조 개편의 신호라고 평가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몰리 킨더 연구원은 “MS의 해고는 생성형 AI 도입이 본격화됨에 따라 노동 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진단했다.

또한, 기술 중심의 구조조정이 노동자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MS는 최근 자사의 AI 기술이 이스라엘 군에 사용된 것에 항의한 엔지니어 2명을 해고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과거 이스라엘 얼굴 인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철회와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는 “IT 업계에서 감원은 더 이상 예외적 상황이 아닌 관리 수단이 됐다”며 “저성장, AI 전환, 노동시장 경직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관용이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AI 기술의 발전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명분 아래 대규모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실리콘밸리 전반의 노동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