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 “위성 안테나 1000대 사라”…한국 리셀러들 ‘재고 리스크’ 고심

B2C보다 B2B 위주인 국내 시장 현실과 괴리

“사업성 불투명…공공·해운 틈새 공략이 관건”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의 한국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협력사인 국내 통신기업들이 스타링크 본사의 ‘고물량 요구’에 난감함을 표하고 있다. 스타링크가 리셀러사에 요구한 안테나 최소 주문 수량(MOQ)이 1000대에 달하지만, 한국 내 시장 규모와 수요를 고려할 때 이를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브랜드 스타링크는 최근 국내 공식 리셀러인 SK텔링크와 KT샛에 대해 최소 1000여 개의 위성 안테나를 주문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링크가 공급하는 안테나는 성능에 따라 플랫 하이퍼포먼스, 엔터프라이즈, 미니 등 3가지 모델로 구성된다.

문제는 한국의 위성 인터넷 수요가 대부분 해상(B2B)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지상망이 촘촘하게 깔린 국내 환경에서는 위성 인터넷이 주목받기 어려운 구조다. 현재 해운업계가 스타링크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감지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소수 특수 수요’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한국해운협회가 국가필수선박 300여 척에 스타링크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리셀러당 1000대 이상의 초기 물량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따라 SK텔링크와 KT샛은 공공기관, 저가항공사(LCC)의 기내 와이파이 수요, 기존 정지궤도(GEO) 고객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상품 등을 통해 틈새시장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링크가 제시한 1000대 수준의 물량은 국내에서 예측되는 초기 수요를 초과하는 수준”이라며 “재고가 장기화되면 기업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성능 안테나 1대당 약 2500달러(약 340만 원) 수준으로, 1000대를 확보하려면 약 34억 원에 달하는 부담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스타링크는 최근 요금제를 용량 기반으로 단순화하며 로컬(내수)과 글로벌(국제용)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안선 운항 선박은 로컬 요금제를, 원양선은 글로벌 요금제를 적용받는다. 국내 리셀러들도 이 같은 모델을 바탕으로 유사한 가격 구조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초기 사업성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리셀러 입장에서는 스타링크가 요구한 수량을 모두 소화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B2C 시장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라 결국 틈새 수요 공략이 관건”이라며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형 패키지나 기업 맞춤형 연계 상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