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공사 재개…희귀식물 이식 중단 2주 만에 속도전

국가유산청 “공사 재개 가능” 판단…환경단체 “조건 미이행, 졸속 진행” 반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일시 중단 2주 만에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희귀식물 이식 작업에 대한 현장 점검을 마친 국가유산청이 공사 재개를 허가함에 따라, 강원도와 양양군은 22일부터 중단됐던 공사를 재개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이 위촉한 동식물 전문가 3인은 지난 17일부터 오색케이블카 희귀식물 이식 현장을 점검했으며,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19일 공사 재개를 승인하는 공문을 도와 양양군에 전달했다.

이 공사는 지난 9일 양양군이 이행계획서 제출 없이 희귀식물 이식을 강행한 사실이 드러나며 국가유산청의 ‘공사 중지 요청’을 받았다. 이에 따라 공사는 열흘 넘게 중단된 상태였다. 비록 이행계획서 제출이 법적 의무는 아니었지만, 국가유산청은 점검을 이유로 중지를 요구했고, 양양군은 이를 수용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2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공사가 중단되며 도민들의 우려가 컸을 것”이라며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반발은 거세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같은 날 양양군 서면 남설악탐방지원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영향평가 협의 조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졸속 추진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조만간 원주환경청을 직접 찾아가 감독 당국의 역할 강화를 요구할 계획이다. 환경단체들은 특히 희귀식물 이식의 생존률과 영향 분석이 미비한 상황에서 공사를 강행할 경우 생태계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원도는 내달부터 본격적인 가설삭도 설치에 들어가 2027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색케이블카는 지난 1982년 처음 추진된 이후 40여 년 넘게 지역 숙원 사업으로 여겨졌지만, 환경 훼손 논란과 행정 절차 문제로 수차례 좌초됐다.

이번 공사 재개로 다시 추진력은 얻었지만, 환경 보호와 지역 개발이라는 두 갈래 요구를 조화롭게 풀어내는 일이 앞으로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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