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 가정에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한 후 비양육자에게 이를 추후 청구하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7월부터 시행됐지만, 제도의 실효성이 벌써부터 도마에 올랐다. 비양육자가 소액을 비정기적으로 입금하며 정부 지원 기준을 교묘히 회피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이혼한 A씨는 세 자녀를 혼자 키우며 매달 총 210만원의 양육비를 전남편에게 받아야 하지만, 3년 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그러나 A씨가 양육비 선지급제에 대한 기사 링크를 SNS에 올린 이후 전남편은 올해 들어 30만원, 50만원, 20만원을 불규칙하게 입금했다. 정부 지원을 차단하기 위한 ‘꼼수 입금’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가족 법원에서 정한 양육비는 자녀 1명당 70만원인데, 몇 만원씩 간헐적으로 보내면 국가 지원 자격조차 상실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는 양육비 선지급제의 신청 자격을 ‘3개월 이상 전혀 양육비를 받지 못한 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로 제한하고 있다. 미성년 자녀 1인당 월 20만원 한도로 지급되며, 추후 비양육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징수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처럼 소액을 비정기적으로 보내는 행위는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아 제도 적용에서 제외된다.
양육비 시민단체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구본창 대표는 “최근 몇 달 사이 A씨와 유사한 사례 제보가 다수 접수됐다”며 “법원에서 수년간 양육비를 받지 못하다가 갑자기 1만~2만원씩 입금하는 식의 ‘면피 입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양육비 지급 기준 또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가정법원의 양육비 산정 기준에 따르면 자녀 1인당 평균 양육비는 월 60만~280만원 선이다. 이에 비해 정부가 지원하는 선지급 양육비는 20만원에 불과해 기본적인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성가족부는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향후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비정기적이거나 소액 입금 사례를 검토해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할 계획”이라며 “피해자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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