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도 보상도 외면된 채 남은 유족의 절규

지난해 서울 강동구에서 발생한 대형 땅꺼짐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지만, 사고 발생 1년이 다 돼 가도록 명확한 책임 주체도, 충분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아 유족의 억울함이 커지고 있다. 정부 조사와 보험사의 대응 모두 피해자 중심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는 지난해 3월 24일 저녁 발생했다. 도로가 갑작스럽게 꺼지며 그 위를 지나던 오토바이가 그대로 빨려 들어갔고, 운전자였던 박평수 씨는 현장에서 숨졌다. 박 씨는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본업 외에 배달 일을 병행하던 35세의 청년이었다.
유족은 사고 직후부터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그리고 합당한 보상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9개월간의 조사 끝에 자연재해와 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결론만 내놓았을 뿐, 구체적인 책임 주체는 특정하지 않았다. 땅꺼짐의 간접 원인으로 거론된 인근 공사 현장 시공사들 역시 이 결과를 근거로 보상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실질적인 지원에 나선 곳은 서울시뿐이다. 서울시는 재난관리기금 등을 통해 5천5백만 원을 지급했지만, 이는 사고의 규모와 피해를 고려할 때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족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 속에서 억울한 죽음이 방치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논란은 민간 보험사의 대응으로 더욱 커졌다. 박 씨는 2014년부터 10년 이상 매달 보험료를 납부해 온 사망보험에 가입돼 있었지만, 보험사는 오토바이 사고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약관상 이륜차 운전 또는 탑승 중 발생한 사고는 보장 대상이 아니라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유족은 대형 땅꺼짐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재난 상황에서 단순히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보상을 거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법조계에서도 사고의 본질적 원인보다 사고 당시의 상태만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해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대형 재난 사고 이후 반복돼 온 책임 회피 구조와 보험 약관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사고 예방과 사후 구제 모두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사한 비극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답글 남기기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