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주위토지통행권 인정”…펜스로 길 막은 토지주에 제동

자신의 땅이 다른 토지에 둘러싸여 진입로가 막힌 농민에게 인접 토지를 통한 통행을 허락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광주의 1천㎡ 규모 토지 소유주 A씨가 인근 토지 소유주 B씨를 상대로 낸 통행방해금지 및 주위토지통행권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경매를 통해 광주 토지 소유권을 취득해 농사를 지어 왔지만, 해당 토지는 진입도로가 없어 인접 토지인 B씨 땅을 통해 드나들었다. 그러나 2021년 8월 B씨가 자신의 땅에 펜스를 설치해 통행을 막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1심 법원은 B씨의 펜스를 철거하라며 A씨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주변 임야와 둑길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B씨 땅을 통행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은 단순히 다른 통로가 전혀 없을 때만이 아니라,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거나 기존 통로가 충분한 기능을 못 하는 경우에도 인정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특히 대체 통로로 제시된 임야가 경사지고 배수로로 움푹 파여 있어 사람만 간신히 오갈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 농작물이나 경작 장비를 운반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A씨의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수원고법으로 돌아가 구체적 사실관계를 토대로 재심리될 예정이다.

이번 판결은 토지가 도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맹지(盲地)’ 소유자들이 인접 토지를 통해 출입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주위토지통행권의 범위를 넓게 해석한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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