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 소유주가 장기간 외국에 머무는 동안, 남의 땅에 무단으로 사과나무를 심고 수확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절도는 물론 횡령이나 재물손괴죄로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절도 및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A씨는 경기 시흥의 한 토지에 주인 동의 없이 사과나무를 심고,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사과를 각각 80개, 160개 수확한 혐의로 기소됐다. 땅 주인은 2008년 부친으로부터 해당 토지를 상속받았으나 외국에 체류하다 2022년에야 A씨의 행위를 알게 됐다.
1심은 절도 혐의를 인정해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절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2심은 “2021년 수확은 재물손괴, 토지주가 수확 중지를 요구한 이후인 2022년 수확은 횡령”이라고 보고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을 뒤집었다.
- 재물손괴죄 불성립: 대법원은 “재물손괴는 재물의 효용 자체를 해쳐야 성립하는데, 사과 수확은 사과나무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에 불과하다”며 재물손괴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 횡령죄 불성립: 또한 “횡령은 신임 관계에 기초해 위탁된 물건을 위법하게 취득하는 행위”라며, 장기간 관리되지 않은 토지에서 A씨가 스스로 재배한 사과에 대해 위탁 신임관계가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토지주가 14년간 외국에 체류하며 토지를 관리하지 않았던 점, A씨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사과를 재배해온 점, 이후 토지를 매수하겠다고 제안한 사실 등을 고려해 범죄 성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판결은 장기간 방치된 토지에서 제3자가 농작물을 재배한 경우, 형사처벌보다는 민사적 해결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