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규의 약물 운전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신질환 약물 복용자에 대한 낙인이 아닌, 운전자 전체를 향한 약물 복용 후 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인 이경규는 최근 공황장애 치료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본인은 차량 착오였다고 해명했지만,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도로교통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현행법상 의사의 처방 여부와 관계없이,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는 음주운전과 유사하게 금지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 씨는 약물 복용자에 대한 낙인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정신과 약을 먹으면 무조건 위험하다는 인식은 치료를 기피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경규 사건이 불필요한 오해로 번지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반적으로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을 처방할 경우, 의사는 운전 등 주의사항을 명확히 안내한다”며, 이경규 씨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해명은 다소 회피적인 태도로 읽힐 여지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한 착오로 몰고 가기에는, 약물 복용자 개인의 책임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의료계 역시 이와 같은 사례가 단순한 오해로 소비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중요한 교육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황장애 약물뿐 아니라 항히스타민제, 수면유도제 등 일상적으로 처방되는 다양한 약물도 졸음을 유발할 수 있어 운전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경규 사건은 단순한 연예계 해프닝이 아니라, 모든 운전자에게 약물 복용 후 운전의 위험성을 환기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공황장애 진단 건수가 3배 이상 증가한 상황에서, 사회는 정신건강 치료를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치료과정에서의 부작용과 그에 따른 행동의 책임 문제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약물 복용에 대한 정당한 처방과 치료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이후의 행동은 개인의 판단이 아닌, 사회 전체의 안전과 연결된 문제다. 이번 사건이 ‘공황장애 환자’에 대한 낙인이 아닌, ‘약물 복용 후 운전’이라는 보다 폭넓은 경각심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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