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2위 은행의 공식 권고, 암호화폐 ‘주류 자산’으로 편입 흐름 가속화

스페인 2위 은행 BBVA가 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자산 포트폴리오에 최대 7%까지 배분할 수 있도록 권고해 금융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보수적 기조가 강한 유럽 금융권에서 대형 은행이 공개적으로 암호화폐 투자 비중을 설정해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 콘퍼런스 ‘DigiAssets’에서, BBVA 스위스 디지털·블록체인 총괄 필립 마이어는 “지난해 9월부터 프라이빗 고객들에게 비트코인 관련 자문을 시작했으며, 위험 감수 성향이 높은 고객에 한해 최대 7%까지 포트폴리오에 편입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BBVA는 이미 2021년부터 스위스 지사를 통해 고액자산가 대상 비트코인 거래 서비스를 제공해 왔고, 2023년 하반기부터는 정식 투자 자문까지 확대했다. 마이어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에서 비트코인을 약 3% 수준으로 구성하면 성과 개선에 기여하며, 리스크도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행보는 유럽연합 집행기관들이 내놓은 암호화폐 투자 경고와는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인다. 유럽 증권시장감독청(ESMA)은 올해 초 “EU 내 95% 은행이 암호화폐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며, “투자자는 전액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BBVA는 이 같은 경고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스페인 금융당국으로부터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매매 서비스에 대한 정식 승인을 받았고, 현재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연내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일반 고객에게도 관련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전통 금융권에서도 암호화폐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주류 자산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미국의 JP모건 또한 최근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검토 중이며, 블랙록의 ETF가 첫 적용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BBVA의 행보가 “유럽 전통 금융권이 암호화폐를 제도권 자산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전환점”이라며 평가하고 있다. 특히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 중인 유럽연합의 암호자산시장 규제법(MiCA)이 암호화폐에 대한 제도권 진입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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